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 요당리성지

21호(2008년 8월): 신앙은 부적이 아니다.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08-08-18 05:12 조회 : 3921

제목: 신앙은 부적이 아니다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무더위가 계속해서 이어지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건강에 항상 주의하시면서 새 삶의 희망을 잃지 마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

지난 회지를 통해 말씀드렸듯이 시공업체가 선정이 되었고, 첨부의 사진과 같이 성전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습니다. 성지가 어렵다, 어렵다 해놓고는 실상은 재정적으로 풍부해서 성지가 생긴지 2년도 채 되지도 않았는데 20억이 넘는 공사를 하는 것 아니냐? 아니면 그 반대로 무리하게 공사를 해서 교회와 많은 신자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니냐? 라고 이야기들을 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마디로 어렵고, 또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신자가 한 사람도 없고, 순례객들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밤참을 설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교님,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본당신부로 보내 주십시오” 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은 제게 주어진 하느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헤쳐나가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많은 본당 신부님들과 신자분들이 어려우신 가운데에서도 도와주셔서 작년에 성지로서의 틀을 갖출 수 있는 기반 공사(8억소요)를 할 수가 있었고, 그런 가운데 놀랍게도 방윤순 마리아 회장님을 하느님께서 보내주셔서 470석의 대성전을 지을 수 있는 금액(12억)을 봉헌하시겠다는 약속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 10억 정도 공사금액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성전뿐만 아니라 다른 기타 부속 건물까지 지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이 결정에는 인허가 문제에 따른 범칙금 부가와 최악에는 허가 취소라는 행정적인 어려움 그리고 매년 자재비 상승에 따른 공사금액의 상승까지 고려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다시한번 부탁말씀 드립니다. 이 부족한 사제의 어려움에 여러분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이렇게 될 때 이 성지가 많은 이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함께 해 주십시오.

1. 아기 잘 만드는 신부
전부터 제게 주어진 별칭 아닌 별칭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아기 잘 만드는 신부”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언젠가 모 본당에서 사목을 할 때 결혼을 하고도 오랜 기간 아기가 없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참 착하고 열심한 부부였기에 그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그 부부의 간절한 바램에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이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부부가 그토록 기다리던 아기가 잉태되었고,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세례를 주는 기쁨에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제가 본당을 옮기게 되었고, 어느 날 강론 중에 우스개 소리로 이 부부의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아기 잘 만드는 신부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아기가 없어 고민하던 부부들이 열심한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오거나 아니면 스스로 찾아와 안수 기도를 부탁하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당황해서 “신부는 공인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부부들의 아픔에 함께해야 된다는 생각에 열심한 마음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그 부부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제가 함께 기도했던 부부들이 오래지 않아 다 아기가 생기고, 그 기쁨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후에도 아기가 없어 고통받던 부부들이 저에게 와서 기도받기를 원했고, 성지로 옮겨 와서도 몇몇 부부들이 찾아와 기도를 청하셨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도 “이 아기가 신부님이 기도해서 낳은 아기에요”라고 하며 찾아온 부부들도 있었고, 이제 “임신 4개월째입니다”라고 하며 살짝 나온 배를 자랑스레 내미는 부부들의 환한 웃음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지켜본 어떤 신부님이 농담 삼아 이야기 하기를 “김신부, 신부 때려치워고 무당집 하나 차려도 되겠어”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정말로 제가 무당집 차려도 되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기복적으로 흐를 수 있는 우리의 잘못된 신앙의 형태를 꼬집기 위해서입니다. 다시말해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곤 합니다. 그리고 아울러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또 바라는 삶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믿고 의지하고 있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에게 닥친 어려움이나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해 주기를 원하며 기도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당연함은 1차적인 것으로 그쳐야지, 그것이 우리 신앙의 전부인양 치부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시말해서 자녀로서 우리의 어려움을,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이야기 드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과정부터는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 과연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 맞지 않는다면 우리 자신이 어떠한 모습으로 현재의 상황에서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되는지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서 결과가 어떠하든지 간에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는 자세가 우리 신앙인의 참된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오는 부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하자. 우리 부부에게 새 생명이 잉태되기를, 그렇지만 노력하자. 단 이 노력에는 부부사랑의 일치를 위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노력하겠다는 하느님 앞에서의 다짐이 필요하고, 이 과정중에 겪었던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한 우리 부부의 노력을 잊지 말자. 그래서 앞으로 겪게될 어떤 인생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처럼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갖자.”
그렇습니다. 제가 뭐 용한 무당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아기를 잘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에게 기도받았다고 해서 다 아기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다만 그 부부의 고통에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시길 기도하는 이요, 이 부부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의 부부 사랑의 일치와 굳센 믿음을 잃지 않길 도와주는 도움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나머지는 그 부부들의 노력과 그 어떤 최악의 결과라 할지라도 하느님께 감사하며 맡기는 그 부부들의 믿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올바른 모습일 것입니다.

2. 신앙은 부적이 아니다
어느 날 신문을 보다가 우연찮게도 오늘의 운세가 나와 있는 대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삼아 제 운세는 어떤가하고 봤더니 오늘 운전하면 사고나니까 운전대를 잡지말라고 거기에 씌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미사와 성사집행을 위해 출근을 했고, 여러 가지 성지의 행정 처리 때문에 자동차를 타고 이리 저리 바쁘게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오늘의 운세에 나와 있는대로 운전하면 사고나니까 사제로서 해야될 소중한 일을 하지 않고 사제관에 가만히 앉아있었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리석은 사람이겠죠. 설령 죽음이 제게 닥치더라도 하느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일을 해야되는 것이 우리 신앙인의 자세일 것입니다. 즉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의 뜻을 찾고 마땅히 해야될 일에 우리 자신을 투신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마치 부적을 몸에 지니면 남편이 바람을 안피우고, 우리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는 잘못된 신앙관속에 살아간다면 진정한 하느님의 모습을 우리는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여러분들 모두가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우리 주님과 성지 성인들께 두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