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수원교구 요당리성지

39호(2010년 2월): 호수가 산을 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이다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10-02-16 22:12 조회 : 4191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이번 회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여러분들에게 인사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늘 ‘재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그가 사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멀리 있는 곳으로 짐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짐을 짊어지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한참 가다보니 다른 이들보다 자신의 짐이 가장 무겁고 커 보여 몹시 기분이 나빴습니다. ‘난 역시 재수가 없어!’ 그는 너무 힘들어 가장 뒤쳐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길이 너무 멀어 중간에서 하룻밤을 자고 가게 되자 그는 모두 다 잠든 캄캄한 밤중에 일어나 짐을 쌓아둔 곳으로 가서는 짐을 하나하나 들어보고는 그중 가장 작고 가벼운 짐에다 자신만이 아는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날이 밝아 그는 누구보다도 먼저 짐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어젯밤에 표시해둔 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짐은 바로 어제 온종일 자신이 불평하며 지고 온 짐이었습니다.”
우리도 가끔은 현재의 삶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나의 삶을 바라보며 “왜 나에게만 이런 삶이 주어지는가?”라고 불평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삶의 상황이 다른 이의 삶의 상황보다는 더 가볍다고 생각하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삶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하더라도 주님 안에서 용기 잃지 마시고 파이팅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1. 호수가 산을 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입니다. 사람이 주님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이 넓어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아서입니다

평생 가면을 만들며 살아온 이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가면 만들기를 중단합니다. 만든 가면도 결코 팔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의 가면을 쓰면 가면이 얼굴에 붙어 그 가면의 얼굴이 된다는 겁니다. 신청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줄 터이니 얼굴을 고쳐 달라며 애걸하였습니다.
소문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호기심에 임금은 그를 불러들입니다. “네가 만드는 가면이 놀랍다고 들었다. 어떠냐? 나한테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 가면 만드는 이가 대답합니다. “이미 가면을 쓰고 계시면서 또 쓰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임금은 화를 냅니다. “뭐, 내가 가면을 썼다고?” 그가 또 말합니다. “임금님은 마음과는 반대의 얼굴 표정을 자주 짓지 않습니까? 그게 가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자 임금은 웃으며 말합니다. “네 말이 맞다. 그러고 보니 넌 사람들에게 진짜로 가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구나.” “그렇습니다. 저는 가면 사러 오는 이에게 삼 년 동안 좋은 마음을 지닌 뒤에 다시 오라고 합니다. 그러면 얼굴이 그렇게 변해 있으니까요. 그리고는 어느 날 가면을 씌우는 흉내를 내고는 부탁합니다. ‘이 아름다운 가면이 흉하게 변할 수 있으니 마음을 바르게 쓰며 살라’고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대다수의 사람들은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 더 행복한 것이 있다면 억만금을 줘서라도 소유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 더 편한 것, 더 행복한 것은 실상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을 돈으로 살 수 있겠습니까? 사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우리 마음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이 있어도 그것을 찾지 못하고 어리석게도 눈에 보여지고 손에 잡혀지는 감각적인 세상 안에서 그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입니다. 또한 그것은 끝없이 돌고 돌며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욕망의 수레바퀴일 뿐입니다. 그래서 성서에 보게 되면 나병환자 열사람을 고치신 이야기(루가 17,11-19)가 나옵니다. 이 이야기를 살펴보면 예수님께 간절히 매달려 치유 받은 사람은 열사람이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구원받은 사람은 이방인 한 사람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습니까? 이것은 겉에 드러나고, 보여지고, 다시 나병에 걸려서 썩어 없어져 버릴 수 있는 것에 집착하는 자가 되지 말고 변함없고 진실된 마음의 치유, 다스림을 행복의 근원이신 주님 안에서 찾고 바라는 자가 되어야 함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호수가 산을 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입니다.” 이렇듯이 우리도 우리의 순결한 지향과 영혼으로 우리 삶의 행복이요, 근원이신 주님을 품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참된 행복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2010년도 사순시기를 맞이하며 머리에 재를 바르고 참회의 단식을 하였습니다. 이 행위는 단순히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헛된 세상의 욕망에 빠져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며 살아나가는 나약한 우리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를 통해 다시한번 주님의 참된 자녀로서 거듭나기 위해 진정으로 회개하고 단식하고 기도에 정진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2. 매번 우리의 소망이 이기고 있는지, 욕구가 이기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사람이 되자

성지에 공식적인 미사가 없었던 어느 월요일날, 머리를 식힐 겸 성지 이곳저곳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저 멀리에 어떤 형제님이 계셨습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하고 여쭈어 보자 그 형제님이 고해성사를 볼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요. 형제님. 이쪽으로 오세요” 라고 흔쾌히 답을 드린 후 오랜 시간 하느님 안에서 은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님은 나중에 알고 보니 일전에 형제분들하고 성지에 미사참례를 오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미사참례를 마치고 인사를 하던 중에 오랫동안 냉담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제가 그 자리에서 “그럼 형제님, 주저하지 마시고 오늘 성사보고 가세요” 라고 권유를 했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 형제님은 “아직 준비가 안됐습니다. 다음에 보겠습니다” 라고 답을 하고는 그냥 가셨습니다. 그런데 이 형제님이 성사 중에 왜 그때 준비가 안되었는지에 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것은 형제들의 손에 갑작스럽게 이끌려 온 것도 있었지만 ‘지금 현재 나의 삶에서 내가 지향하고 있는 행복과 즐거움, 기쁨이라는 것을 놓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셨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성지 미사에 참례를 하신 후에 댁에 돌아가 다시한번 현재 내가 추구하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셨고 ‘이것이 진정한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자 하루빨리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려오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이분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도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행복의 길을 걷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우리는 때때로 진정한 행복의 길을 주님 안에서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찾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행위는 결국 신기루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어리석음과 욕망의 수레바퀴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의 삶속에서 참된 행복의 길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의식하고 우리의 소망이 이기고 있는지, 욕구가 이기고 있는지 성찰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앞서 말씀드린 형제님의 모습처럼 우리 현재의 삶이 잘못되었다면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할 수 있고 뉘우칠 수 있는 사람이 됨으로써 올바른 삶의 길을 걸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의 제임스 심슨 경은 진통제(마취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진통제로 많은 이들이 고통 없이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의학계의 한 획을 긋는 대 발견이었습니다. 그의 노년 시절에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이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선생님의 생애동안 가장 뜻 깊고 소중한 발견은 무엇입니까?” 교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내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것은 내가 죄인이라는 것과 예수님께서 나의 구세주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통제를 발견한 것으로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영원한 생명은 ‘나’라는 존재가 죄인이기 때문에 나의 죄를 씻어주실 구세주를 필요로 하는 인간임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사순시기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지상 순례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을 향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주님께 돌아오라(요엘 2,13).”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의 이 말씀을 진정한 마음으로 귀기울여 듣고 그분께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3. 마음을 조정하면 행동이 조정되고 행동을 조정하면 삶이 조정되는 것이다.

우리가 깨끗한 신발을 신었을 때는 조심스럽게 진흙길을 피해서 걷지만, 신발이 조금씩 더렵혀지면 처음처럼 주의해서 걷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더러워지면 진흙길을 피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은 채 마구 걷게 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처음 잘못을 저질렀을 땐 죄책감 속에 조심하지만 그것이 반복되면 쉽게 잘못을 저지르게 됩니다. 차츰차츰 죄책감도 무디어져 급기야 자신의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조차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마치 건강했던 육신이 서서이 죽어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봐야 합니다.
탈무드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인간의 육체는 마음에 좌우되는 것이다. 마음은 보고, 듣고, 서고, 걷고, 기뻐하고, 굳어지고, 부드러워지고, 슬퍼하고, 무서워하고, 오만해지고, 남에게 설득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찾고 반성한다. 가장 강한 인간은 그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인간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조정하면 행동이 조정되고 행동을 조정하면 삶이 조정되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를 흔히들 ‘은총의 시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잘못된 삶의 길에서 벗어나 올바른 삶의 길로 돌아올 수 있는 시기요, 죄인이었던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행위의 첫 출발점은 주님 안에서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주님 안에서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발걸음을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