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요당리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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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2011년 1월): 가슴의 논리로 살아가는 올 한해가 되자

글쓴이 : 요당리성지 날짜 : 11-01-01 19:01 조회 : 3653

+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2011년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들 모두 더욱더 영육간에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주님의 은총이 언제나 함께 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신년 미사때 신자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들려드렸습니다. “저는 누군가 세상에 크게 외친 것처럼 여러분들에게 ‘올 한해 모두가 부자되세요’ 라고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부자가 아니라 마음의 부자가 되세요’ 라고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저는 올 한해 여러분들 모두의 얼굴에서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한 미소가 세상적인 것에서가 아니라 ‘주님의 말씀과 뜻을 실천함으로써 찾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라고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신년 미사때 크게 외쳤던 것처럼 이 지면을 빌어 올 한해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들 모두가 부자가 되고, 여러분들의 얼굴에서 365일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1. 가슴이 뛰기 때문에 나는 살아가는가? 가슴의 논리로 살아가는 올 한해가 되자
몇 년 전에 한 미국인 판사가 한국인 부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큰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란 새로 임명된 판사가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새로 법원에 입고나갈 바지의 수선을 맡겼었습니다. 이 부부는 그 옷을 잘못 두어 찾을 수가 없었고 그 판사가 법원에 출근하기 위하여 옷을 찾으러 왔을 때 그 옷을 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옷은 세탁소 어딘가에서 발견 되었고 이 부부는 그 판사에게 천만원 가량을 손해배상비로 주려고 했으나 그 판사는 법을 좀 아는지라 그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피해, 그 가게의 선전 문구에 속은 것, 소송비용 등을 통틀어 65,000,000 달러의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한화로 800억이 넘는 돈입니다. 몇 년 동안 지속되는 소송에 한국인 부부는 변호사 비용을 충당하느라 전 재산을 잃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스트레스에 거의 시력까지 잃은 상태입니다. 판사는 정의라는 단어에서 나왔습니다. 정의롭게 판단하여 세상을 정의롭게 해야 하는 사람들이 판사들입니다. 그러나 평생 정의를 공부하고도 그것을 이용하여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입니다. 옷만 정의의 옷을 입었지 속은 더러운 탐욕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살아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세상에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삶이 과연 살아있는 삶입니까?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구호사업가 한비야씨가 어떤 오지에서 봉사하시는 안과 의사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 의사의 실력은 그 나라에서 최고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걸어서 며칠이 걸려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에 들어가 병원에 다닐 수 없는 사람들을 돕고 있었습니다. 한비야씨는 그 사람에게 왜 많은 돈을 벌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도 안하고 최하 수준의 삶으로 고생하며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저의 실력을 돈 버는 데만 쓴다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라고 웃으며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녁 때 단 둘이 있을 때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은 제가 이 일을 할 때 가슴이 뛰기 때문입니다.”

한비야씨도 고통 받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것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편하게 자신만을 위해 살려고 할 때는 뛰지 않던 심장이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기 시작하니까 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살아있는가?’라는 명제, 저도 사제이지만 신학생 때나 품었었던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의 모습을 바라보며 서글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일전에 성지를 찾아오셨던 어떤 신자분에게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신자분은 건강상의 이유로 최근에 금연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건강상의 이유로 처음 금연을 시작하고자 했을 때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교회잡지를 보다가 부모님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이들을 위해서 뭔가 도움을 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래 내 건강도 건강이지만 이들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금연을 하자. 그리고 금연을 통해 얻어진 재화를 이 아이들을 위해 봉헌하자.’ 그래서 이분이 그때부터 이런 지향으로 금연을 시작했고, 금연을 통해 얻어진 돈 10만원을 매월 이 아이들에게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 건강을 찾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통해 제가 그리스도교 신자로 살아가면서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을 늦게나마 실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쁩니다.” 이 신자분이 표현하신 그 기쁨은 살아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분을 바라보면서 ‘심장이 뛰게 하는 일을 하는 것은 바로 지금부터 가능합니다. 당신의 마음이 어떤 삶의 지향을 선택하고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라는 확고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기 있는 우리들이 살아있기를 바라십니다. 단순히 숨쉬고, 밥먹고, 활동하는 살아있음이 아니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라는 확고한 계명선포를 통해 진정한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2011년을 시작하면서 세상적인 복락만을 원하고 계획했다면 주님 안에서 가슴 뛰는 일을 계획하고 원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길 기원해봅니다.

2. 우리들의 삶은 욕구를 채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한다.
아래의 글은 언젠가 모잡지에서 읽었던 내용입니다. 그리고 미사중에도 강론을 통해 소개했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2011년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올 한해 가슴의 논리로 살아가자’라는 화두와 부합되기에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건축설계 사무소를 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뒤늦게 건축사가 되었는데 그것은 학교졸업을 남보다 아주 늦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재수가 아닌 대학입시를 두번이나 치렀다. 그리고 대학도 남의 두배나 다녔다. 그것은 재주가 없어서도 아니고 학비가 없어서도 아니었다. 그가 공부하는 세월을 오랫동안 하게된 배경은 이렇다. 영리한 그는 서울공대를 단번에 합격했다. 그리고 나서 공부에 회의가 들어 공부와는 담을 쌓고 말았다. 대학교 이학년에 이어 삼학년에도 학사경고를 당했다. 이윽고 그는 드물게 서울대에서 제적을 당했다. 그리고 군대에 다녀 온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대학입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들은 졸업을 하고 직장에 취직을 하거나 독립해서 사무실을 차릴 때였다. 다시 영어 수학책을 들은 그는 서울공대에 다시 합격했다. 그리고 남들은 나락을 베는 시절에 비로소 열심히 볍씨를 뿌려댔다. 그리고 이번에는 무사히 졸업을 했다. 그는 어느새 이런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진실한 기독교인이 되었다. 어려운 정신적 고통 속에서 중심을 세워주는 것은 믿음 이외에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며칠 전이었다. 그 친구의 건축설계 사무실을 찾아갔다. 얘기 끝에 그는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건축분야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살아난다고 전제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건축 현상공모에 열심히 응모한 그는 번번이 삼등이하로 낙선되었다. 밤을 새워 노력하고 땀을 흘려도 당선은 남의 차지라는 것이었다. 자기가 보기에는 남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데도 번번이 미역국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모두들 은근히 웃으면서 로비가 없어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는 로비를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현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느끼고 자기도 남들처럼 로비를 했다. 현상공모 때마다 열심히 심사위원을 찾아다니고 사정을 했다. 동원 가능한 빽은 다 동원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번에는 항상 이등이었다. 실망한 그는 만사가 귀찮아지고 혼이 빠져나간듯 머리도 멍해져서 집에서 얼마간 쉬고 있었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새벽기도에 나갔다. 열심히 마음을 모으고 기도하는 순간 어떤 음성이 그의 귀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그 말은 ‘네가 당선되었으면 평생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떨어진데 감사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다시 결심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평생 그런 방식은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모두 치열한 경쟁 속에 던져져 있다. 우리는 남을 앞질러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쫓기면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행동으로 덤빈다. 이렇게 목적도 모르고 행동만을 서두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의 정체마저 잃고 허둥대게 된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대로 살아가기란 사실 어렵다. 그래서 적당히 교활하고, 적당히 부도덕한 세계를 눈감고 사는 것이 인생 아니냐고 우리는 삶의 문제를 얼버무리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끝없는 갈증과 허기증에 시달리는 삶의 문제를 외면하고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집의 평수가 얼마나 되느냐, 한달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 어떤 지위에 있느냐 그리고 이런 조건들이 앞으로 좀더 상승되고 더욱 상승되고 더욱 풍성해질 보장이 있느냐의 관계가 아니다. 우리들의 삶은 욕구를 채우는 삶이 아니라는 의미를 채우는 삶이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향한 질주는 정당한 목적과 결합할 때 비로서 값진 것이 되고, 내일에 대한 관심은 오늘의 충실과 연결 될 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속에 표류하다가도 문득 내 자신의 깊은 심연으로 돌아올 때가 있다. 한밤중에 홀로 일어나 조용한 거실에 앉아 있을 때나 조용한 일요일 오후 내리는 빗속에서 시선이 마음의 뜰안으로 들어설 때가 그렇다.
‘젊었을 때 삶을 알기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황폐한 내면을 지닌 채 늙어 갈 것이다. 밖으로는 돈을 가지고 미끈한 차를 타면서 뽐낼지 모르지만 안으로는 무디고 텅빈 사람이 될 것이다.’ 크리슈나무르티가 한 말이다. 그렇다.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는다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요는 자신의 내면적인 가치가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것보다 귀중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정직하게 사는 것은 아주 떳떳한 일이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자신을 자신 이상의 것으로 보이고자 하는 것이요, 허영심이다. 바로 이 거짓과 허영의 토양 위에서 온갖 부정과 부패의 싹도 튼다. 일 자체가 좋아 미치도록 일하고 보답이 두번째가 되어 거기에 따라올 때 비로소 돈은 자신의 충복이 될 것 같다. 저녁에 가족과 구수한 된장찌개를 앞에 놓고 머리를 맞댄 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단잠에 빠져드는 조촐한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사무실 창문 밖 대로에는 자동차들이 미친듯이 내닫고 있다. 신호가 끊기면 일단 정지한 차들이 좀이 쑤셔하며 숨죽여 앞을 노려본다. 모두가 붙잡히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아나는 자들 같다.”(엄상익 변호사의 글중에서)

사랑하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가족 여러분! 교적상 신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에서도 저희 성지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늘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하지만 하느님 안에서 성지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올 한해 여러분들 모두가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우리 주님과 성지 성인들께 두손 모아 기도드리겠습니다.